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폭싹 속았수다 명대사 모음 1~16화

누군가의 인생이라지만 내 이생이기도 해서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로부터 눈물 한방울 흘리게 하는

폭싹 속았수다 명대사를 정리해 봤습니다. 때론 답답하고 작아 보이는 그들의 삶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고 쨍쨍했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보다 훨씬 스펙타클하고 고단한 삶이 있었다는 것을,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들이 너무 작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주는 드라마 였습니다. 수만날이 봄인 인생이 되길...

1화


웬수, 웬수
웬수 중의 상웬수지
이런 웬수가 또 어딨어?
나 아부지 엄마는 빚잔치에
첫 서방은 병 수발
새 서방은 한량에
내 팔자가 지게꾼이라, 지게꾼
전부 다 내 지게 위에만 올라타는데
이 콩만 한 게
자꾸 내 지게에서 내려와
자꾸 지가 내 등짐을 같이 들겠대
그러니 웬수지
내 속을 제일루 후벼 파니 웬수지



4화

 

엄마처럼 살지 마
근데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어
엄마 인생도 나름 쨍쨍했어
그림 같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다고
그러니까 딸이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 주라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그래서 몰랐다
내게는 허기지기만 하던 유년기가
그 허름하기만 한 유년기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만든 요새였는지

5화

난 그냥…
빨리나 늙었으면 좋겠어
난 어른 되면 울 엄마처럼
다 그냥 밥공기를 맨손으로 잡는 줄 알았어
경자 이모처럼
빚쟁이들이 쳐들어와 있어도
밥만 잘 비벼 먹는 줄 알았지
손에나, 속에나
굳은살이 절로 배기는 건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다 뜨거워
맨날 뎌도
맨날 아퍼
나만 모지랭이인가?
남들은
다 어른 노릇 하고 사나?
걔들도
다 어른이래니까
어른인 척하는 거야
난 그냥 빨리나 좀 늙고 싶어
엄마 노릇이니
각시 노릇, 어른 노릇도
다 처음이라 그런가
뭐 이렇게 다 죽겠고
다 드신지 모르겠어

8화

부모는 모른다
자식 가슴에 옹이가 생기는 순간을
알기만 하면 다 막아 줄 터라
신이 모르게 하신다
옹이 없이 크는 나무는 없다고 모르게 하고
자식의 옹이가 아비 가슴에는 구멍이 될 걸 알아서
쉬쉬하게 한다

그냥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하고 싶었는데
그 물컹한 덩이들이 입 밖으로 나가면
꼭 가시가 됐다
해!
다 해!
아버지 아직 여기 있잖아!

20년을 짝사랑하는데
영원히 크지 않는 딸을 위해
아빠는 또 미안해질 것 같았다
아빠의 영원한 소녀에게
남은 한 번만 잘해 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게는
낙서장 대하듯 했다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고 튀어나왔다
- 착한 어미가 - 착한 딸을 낳아
서로를 내내 애틋해하고
속상해하게 했다


그냥 슬픈 거는
시간이 약도 되고 무뎌지기도 하는데
슬픔이 너무 크면
너무 크면
덮게 돼
입 밖으로 못 내놓겠어
...
그냥
잠깐잠깐 잊고 사는 거지
잠깐잠깐
또 내내 살아지더라고
내일은…
내일의 뙤약볕으로 살아지는 거였다

10화

그 조바심이
또 나를 살렸다
그렇게 수십 번을 살려 왔다
아주 나중에 엄마의 전화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나서야
그 지극하던 조바심이 사무쳤다
그 새가슴이 수없이 철렁하던 걸
조금만 더 아는 체해 줄걸
또 너무 늦게 후회했다

 

11화

그 돌 어디다 내려 두는 건지 아세요?
어머니 아들 가슴에
거기 내려 두시는 거예요
그냥 아들 인생 뺏어서 살고 계신 거라고요

내 첫사랑은 동화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7년을 만났고
헤어지는 데 1년을 썼다
서로를 찌르고
악쓰고
서로를 애끓어 하며
여한 없이 마음을 썼다
아무도 없던 서울에서
그는 내 연인이었고
가족이었고
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렇게 가장 가까웠던 단짝과
하루아침에 남이 되는 건
둘만 있던 작은 별에서
어린 왕자가 떠나는 일이었다

12화

내 20년 베프는
여전히 나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세상이었는데
한쪽은 떠나고 한쪽은 남았다
엄마는
인생에서 가장 달콤하던 비밀 친구와의 세상에 남았다

아빠 너 있어서 하나 안 힘들었어
한 번 안 힘들어
...
아빠는 아빠가 가진 거 100개 중에
나한테 막 120개를 줘
어떻게 더 줘?
그러니까 부자 아빠 어쩌고 소리 하지도 마
...
그날 나는 다른 해를 봤다
외로웠던 바다 위에
가장 먼저 불을 밝히던 나의 해가
영영 저물고 나서야
그날 아빠 옆이 얼마나 따뜻했는 줄을 알게 됐다

왜 그렇게 착하게만 살았어?
누가 상 줘?
너 땜에
니가 너무 착한 눈으로 맨날 나만 반실반실 보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내 멋대로 살아
니들 낳고 안으면서 생각했지
지금부터 오애순이가 살아갈 인생은
내 애가 자라서 기억할 얘기구나
내 자식들이 내 장례식에 와서
나를 추억할 얘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루도 치사하게 살 수가 없더라고

솜씨 좋은 수선집에서 새 옷이 돼서 나오는 것처럼
누더기로 내려갔던 나는
풀 먹여 올라왔다
많이 받고 아주 작은 걸로도 퉁이 되는
세상 불공평한 사이가 우리였다

13화

맞아, 아빠가 쭉 보니까
너는 다 잘해, 아빠 이제 다 알아
...
그럼 이제 다 잘한다고만 할 거야?
수틀리면 빠꾸하라고 안 하고?
...
그래도 있잖아 영 골치 아프고 안 되겠으면
그냥 빠꾸해 그냥 냅다 나와 아빠 여기 서 있을게, 응?
...
아빠가 맨날 내 백업이네?
...
내가 외줄을 탈 때마다
아빠는 그물을 펼치고 서 있었다
'떨어져도 아빠가 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한 번은 말해 줄걸 말해 줄걸
아빠가 그렇게 서 있는 동안
아빠에게만 눈이 내렸나 보다
...
금명아 아빠 여깄어
그러니까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14화

동명이 땜에 엄마, 아빠 가슴에 대포 구멍 뻥 났지?
이러면 사람이 살겠냐?
살릴라면 메꿔야겠지?
그럴라면 어째야겠어?
묻지 말고 그냥 말해
너 어쩌다 숙제 잘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 주지?
봐 봐
이 쪼끄만 도장을 갖다가 수도 없이 찍어서 메꿔야 돼
맨날맨날 계속계속 메꿔야 돼
그래야 살아



당신이 자식보다 아끼는 그놈의 배는
만들고 나면 딱 가격표 붙지?
사람 가격표는
죽고 나면 붙어
부상길이 인생 얼마짜리 인생으로 남을지
오늘부터 잠 못 자고 불안해해 봐

15화

나한테 집이 그래
그렇게 찝찝한 죄책감이 뭔지 엄마 모르지?
왜 그렇게 다 해 줘서 나만 죄지은 사람 만들어!
진짜 한 번 좀 쨍할 날도 없는 살림살이에
주구장창 고생하면서 나만 바라보는 부모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
개천에서 난 간판스타 나도 지겨워
기둥, 누나, 장녀 아, 다 지긋지긋해!
양금명!
아빠가 처음으로 내게 화를 냈다
'양금명'
딱 그 한마디였는데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내 편이 내게 쓰레기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16화

엄마는 지금 또 봄이야?

또 봄이지, 봄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야
그냥 때때로 겨울이고
때때로 봄이었던 거 같애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